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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2. 2025

9번째 회고

작년에 예상했듯이 올해는 굵직하다고 할 수 있는 이벤트가 두 가지나 있었다.

봄에는 이직을 했고, 여름에는 결혼을 했다.

이직

전 회사는 네임밸류, 합리적인 구성원, 적당한 복지와 안정적인 생활 등 나름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이직을 결심한 건 나름의 챌린지였다. 2018년에 첫 회사를 들어갔으니 이제 연차로는 7년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있는 게 싫었고, 개발자 커리어에서 점프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게임으로 치면 2차 전직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7년 차인 지금, 신입 개발자에 비해 얼만큼의 가치를 더 창출하고 있을까? 늘어난 연봉만큼의 값어치를 하고 있을까?

회사를 다니는 이상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평가해야 하고 동시에 동료들에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을 가지고 내 동료를, 스스로를 평가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내 고민의 결과는 "영향력"이다. 누구나 그렇듯 작은 업무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불필요한 업무를 늘리는 치기어린 시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단편적인 문제 해결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문제를 봐야 함을 깨닫고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원, 나아가 조직 전체의 생산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단계까지 성장하게 된다. 그렇다면 소위 "퍼포먼스"를 평가할 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가를 기준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직을 결심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던 시기에 영향력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했던 방향은 두 갈래였다. 첫 번째는 라이브러리나 공통 컴포넌트 등 좀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공용 자원을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두 번째는 매니지먼트와 함께 팀 전체의 성과를 봐야 하는 리더로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두 갈래의 관점에서 괜찮아 보이는 조직들을 살펴봤고, 오래 고민하지 말고 우선 해보고 수정한다는 내 기본 철학에 맞게 두 번째 갈래에 해당하는 조직에 빠르게 합류했다.

리더는 개인 기여자에 비해 결정을 많이 해야 하고, 그 결정이 좀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게 확연해서 1년 차 초보 조직장으로서 재미와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올해는 내가 지금까지 팀원으로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만약 리더였다면 이렇게 했을 텐데’, 혹은 ‘이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관점에서 경험기반의 접근을 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내년에는 리더로서 해야 할 역할을 좀 더 구체화시키고 고도화시켜서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이직

올해는 23권의 책을 읽었다.

가장 좋았던 책은 로랑스 드 빌레르의 『철학의 쓸모』였다. 평소 막연하게 머릿속에만 있던 것들을 언어로 표현해놨다는 점이 좋았다. 철학이라는 게 어찌 보면 시니컬하지만, 얕은 위로의 말보다 더 강력한 위로이며, 뜬구름 잡는 내용이 아닌 무엇보다 더 현실과 맞닿아 있는 내용인 것 같았다. 이 책은 생각날 때마다 다시 읽을 것 같다.

언제부턴가 읽을거리를 고를 때 개발과 관련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요즘은 공식 도큐먼트나 커뮤니티가 워낙 잘 형성되어 있기도 하고, 실무에 정말 필요한 가독성, 구조, 커뮤니케이션을 향상시키는 데는 순수 기술적인 지식보다 인문학적인 요소들이 더 도움이 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었던 것들 중 좋았던 것들을 지금까지의 내 경험에 비추어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

운동

5년 넘게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만을 해왔었는데, 올해 가을부터 아내와 함께 유산소 운동(러닝)을 시작했다. 확실히 체력이 늘어난 게 느껴져서 좋았다. 반면, 오래하던 근력 운동은 소홀히 하게 되었다. 최근 원인 모를 어깨 부상도 그렇고, 집 근처에 마음에 드는 헬스장이 없다는 것도 근력 운동의 빈도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올해 입사한 곳에 마침 농구 동아리가 있어서 고등학교 이후 잊어버렸던 농구를 다시 시작했다.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닌데도 학창 시절과는 몸 상태가 많이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정신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내년에도 무산소와 유산소를 적절히 배분해서 건강을 챙기고, 농구로 재미를 더하며 충만한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다.

운동

결혼

평생 재밌게 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주변 사람들이 일찍 결혼한 편이고 그 모습들을 보니 좋아보여서 그 영향을 받았은것도 어느정도 있었다.

결혼식을 치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오며 가며 축하의 말 한마디라도 해준 사람들께 참 감사했고, 식에 참석해준 분들께는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이제 아내의 가족은 내 가족이 되고, 아내의 지인도 내 지인이 되어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 삶은 많이 달라졌고, 많은 새로운 것들을 적응해나가야 하지만 왠지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겼다.

결혼


올해는 지금까지 중요하게 생각했던 루틴한 생활을 많이 내려놓고 유동적으로 해온 한 해였다. 내년은 개인으로서 지내왔던 것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리더로서 팀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 그리고 그게 나에게도 새로운 방향으로 한 꺼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